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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부탁에 사기 콜센터 PC 설치…대법 "방조죄 아니다"
요약:콜센터에서 벌어진 투자사기 범행에 컴퓨터를 설치해준 업자에게 사기방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 업자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판결이 뒤집혔다.

콜센터에서 벌어진 투자사기 범행에 컴퓨터를 설치해준 업자에게 사기방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 업자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업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업자에게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4억2천만원 가로챈 콜센터, 컴퓨터는 동창이 설치
사건의 출발점은 경기 시흥의 한 콜센터 사무실이다.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업을 해온 이 업자는 2020년부터 영업을 이어왔는데, 중·고등학교 동창의 부탁을 받고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 사무실에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이전해주고 설치대금을 받았다.
동창은 다른 공범들과 함께 콜센터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유료 주식정보 사이트 가입비를 환불해준다'고 접근한 뒤 공모주를 싸게 팔겠다고 속여 피해자 11명으로부터 4억2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동창뿐 아니라 컴퓨터를 설치한 업자도 사기를 방조했다고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1·2심 “미필적으로나마 인식”…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1·2심은 이 업자의 사기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업자는 컴퓨터를 설치·이전하는 통상적인 업무만 했을 뿐 사기 범행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업자가 동창의 지시로 컴퓨터를 처분하거나 SSD를 초기화했고, 사무실 창문이 암막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으며, 보드판에서 '비상장주식', '수익률' 등의 표현을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사기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예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업자에게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통상적 영업활동, 범행에 단순 이용됐을 여지”
대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에게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 결과 발생 기회를 높이는 등 범죄 실현에 현실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업자가 통상적인 설치대금만 받았을 뿐 범죄수익을 별도로 받지 않았고, 동창 외에 조직원과 연락한 사실도 없으므로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통상적 영업활동이 정범의 범행에 단순히 이용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도 지적
대법원은 나아가 2심이 증거로 인정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이 업자 측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2심 법원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투자사기 조직에 컴퓨터 설치나 사무실 이전 같은 통상적인 용역을 제공한 사람에게 방조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범행에 단순히 이용된 데 그친 통상적 영업활동만으로는 방조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투자사기 피해는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조직의 요청을 받는 상황이라면 그 성격을 확인하려는 주의가 필요하다.
면책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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